셰이프 오브 워터 이 얘기를 이 따위로 할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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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10:38
조회수: 1077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완전히 내 취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가관이라고 느낌 

대체 주인공의 어떤 면을 보고 이입하고 공감을 해야 되는 건지 전혀 모르겠음 
주인공을 농아로 설정했으면 그만큼 긴밀하게 주인공의 시각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공들여서 묘사해야 되는데 그게 너무 부족함 
항상 반쯤 잠든 것처럼 멍한 얼굴이고 사고가 명징하게 깨어있는 사람 같지가 않음 
그리고 하는 행동들도 하나 같이 정상인의 행동이라고는 보이지가 않음
인외존재랑 성관계 한 것도 그 전에 그만큼 둘의 사랑이 깊고 진실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어떤 묘사가 있었다면 모르는데 그것도 아닌 상황에서 나오니까 대체 무슨 의미를 찾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음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그냥 처음으로 일탈할 기회가 찾아오니까 너무 들떠서 보이는 게 없는 사람처럼 보임

이런 현상의 원인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여주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주체가 아니라 관찰의 객체처럼 묘사된 것 때문이 아닐까 싶음
생각해 보니 기예르모 델 토로는 그간 본 필모에서도 극단적인 설정으로 여캐에 서사를 부여했을 뿐, 여성을 공감 가는 사고와 감정선을 가진, 시선의 주체로서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던 것 같음 

조연 캐릭터도 마찬가지인데, 감독은 화가 길스를 보고 따스함을 느끼도록 의도한 것 같은데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음 
그림 외에는 잘 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말귀도 못 알아 듣고, 심지어 수중 생물을 물에 넣을 때 소금 뿌려야 되는 이유조차 이해를 못하는 캐릭터는 조금 부족한 평범한 사람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제를 퇴색시킬 정도로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캐릭터라고 봄
그리고 근무 중인 직원한테 플러팅 하기 위해서 식당에 계속 가는 것도 불쾌하기만 함 그 직원이 차별주의자였다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고 해서 그런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라고 봄 

게다가 고양이가 먹혔는데 그러려니 하는 것도 그렇고, 친구가 이종족과 성관계 했다는데 놀라지도 않는 젤다도, 터미네이터 수준인 빌런도 그냥 어이 없긴 마찬가지였음 

영화 분위기도 불호였던 게, 차라리 일관되게 진지하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진지한 것도 아니고 유머러스한 것도 아니고 의미도 없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무의미한 블랙 조크 때문에 오글거렸음 

소재만 보면 정말 좋은 얘기가 될 잠재력이 있었고 감독도 지금까지 필모는 어느 정도 취향에 맞았었는데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맑은 정신으로 만든 게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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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85079] - 2022/09/30 06:57

그동안 안보고 있다가 이 글을 보니까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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