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헤이즐 원작 읽는데 사람은 90까지 살아도 더 살고 싶을까

https://beegall.com/articles/23600
2023/05/25 11:04
조회수: 440

저런 의문을 갖는 장면이 나오더라고 ㅋㅋㅋ 근데 헤이즐이 스스로 내린 결론은 그럴지 안 그럴지 모르겠지만 그 답을 스스로 알아볼 수라도 있게 90까지 살 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음.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게 제일 슬픈 거니까 

근데 솔직히 말하면 헤이즐은 중년까지라도 살게 된다면 그닥 더 살고 싶진 않을 것 같음. 영화에서는 그나마 좋은 면 위주로 보여줬지만 원작을 보면 헤이즐은 그 모든 일을 겪으면서 정말 세상의 쓴 맛과 환멸은 다 느꼈음.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일생 동안 낼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에 한계가 있어서 무조건 재충전이 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함. 사람을 쥐어짜고 어려움에 단련시킨다고 무한대로 단련되는게 아니라 그만큼 재생할 수 없는 에너지가 고갈되기도 한다는 거지. 이 현상에 제일 가까운 용어가 현재로서는 트라우마인 듯

게다가 헤이즐이 겪은 일은 한 번 겪고 끝인 문제가 아님. 어차피 사람은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 하려면 헤이즐이 젊어서 겪은 것 같은 의학적 상태를 몇년은 겪으면서 아프고, 퇴행하고, 병원에 실려가고, 재정이 휘청할 정도의 의료비를 지출하기 마련임. 단지 헤이즐은 그 일을 젊어서부터 겪은 거고. 그러면 헤이즐이 설령 완치된다 해도 노년까지 살게 된다면 아마도 저 못 볼 꼴을 또 겪어야 된다는 건데 그걸 알면서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나는 헤이즐 성격을 고려하면 아니라고 봄... ㅋㅋㅋ 솔직히 인류의 대부분이 겪는 노화와 자연사의 고통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님. 단지 기이할 정도로 그게 본인 일이 될 때까지는 다같이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그 일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은 생로병사와 고통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게 일반적임. 어거스터스처럼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도 자기가 그 고통을 다시 겪으니까 더이상 긍정적이지 못했잖아 

근데 지금 헤이즐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는 게 더 위로가 될지 모르겠음. 자기는 90까지라도 살아보고 싶다고, 삶은 살아남기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게 더 위로가 될지, 아니면 어차피 더 살아도 고통스럽긴 매한가지니까 요절하는 게 딱히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더 위로가 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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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e9d65] - 2023/05/25 17:41

글쎄 살아온 삶이 어땠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상황이나 상태가 너무 악화됐을 때는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될거라는 게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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