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페인킬러 나름 잘 만들었지만 싼티나고 오글거림
돕식이랑 같은 내용이지만 너무 넷플릭스 특유의 싼티가 느껴짐
미국에서 흔히 페인킬러는 돕식의 월마트 버전, 틱톡 버전이라던데 그 말이 딱이라는 생각이 듦
넷플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 못 만든 편은 아니고 오히려 괜찮은 편이어서 나도 끝까지 보긴 했지만 저 문제가 너무 심함
첫째로 허세가 너무 너무 심함. 강렬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같은 말을 열번씩 소리 질러 반복하면서 교차 편집으로 뻔떡거리면서 보여줌. 그런데 그게 흔히 남성향적 영화에서 보이는 허세인데다 신경을 굉장히 긁어서 자꾸 짜증이 솟구침. 이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겠다 싶음
그리고 전반적으로 사이다 감성이 너무 심함. 물론 퍼듀 제약사가 역겨운 짓을 한 건 맞지만 이건 뭣보다도 엄연히 수십만명의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고 그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추모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되는 주제임. 근데 페인킬러는 그 퍼듀 제약사 사람들을 너무나 전형적인, 캐리커쳐에나 나올 무식하고 천박한 부자로 묘사하면서 검사 측을 묘사할 때는 완전 직업 정신은 다 갖다 버리고 오직 그 사람들을 향한 개인적인 적대심으로 내내 참교육 발언 하는 걸로 계속 묘사함. 볼수록 이 드라마는 "나 이 사람들 존나 잘 까지? 존나 신랄하지? 나보다 더 잘 깔 수 없지?"가 주제인 것 같음. 피해자와 현상에 집중해야 되는데 감독의 자아도취가 너무 심하니까 오히려 모독처럼 느껴짐. 그리고 그 자아도취를 부리는 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예술병 걸린 슬로우모션, 관념주의적 장면, 뻔떡거리는 교차 편집도 나오는 거임
그리고 기승전결이 없음. 그 긴 분량을 갖다가 다 슬로우모션이랑 허세 장면에 갖다 써서인지 이 회차를 갖고 이 얘기 밖에 못하나 싶음. 그냥 화두를 대강 던지는 것 같다가 아무 중요한 서사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끝남. 등장인물과 상황 소개까지는 야심찼는데 모두가 대강 생쇼만 하다가 끝나는 느낌임
같은 주제의 얘기를 두번 하지 말란 법은 없다지만 초점과 구성이 거의 돕식이랑 비슷한 식인데 전부 다 그것보다 못한 버전인 건 너무한 것 같음
두 작품 다 제약사, 수사관, 피해자 몇 명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구성인데 돕식은 피해자들이 죽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보면서 울기도 했는데 페인 킬러는 전혀 그런 마음이 안 듦. 그냥 '흠... 결국 죽기까지 했군...' 이 정도 밖에 안 느껴짐
그나마 자기들도 못 만든 걸 알아서인지 각 에피 시작할 때 실제 유가족의 증언을 한 두세마디 정도 넣긴 했는데 그 짧은 말에서도 실제로 자식 잃은 사람의 슬픔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절절하긴 했지만 오직 그 부분만이 드라마에서 괜찮은 부분이면 그건 자기들이 만든 부분은 다 망했단 거 아니냐고
ㅇㅅㅍ
그리고 절정의 오글거림은 퍼듀 제약 회장인 리처드 새클러가 무슨 정신증 환자처럼 전대 회장인 삼촌 아서 새클러의 유령을 보는 건데 그게 드라마 전체에 걸쳐서 계속 나옴. 다 합치면 몇 시간 분량은 될 거임. 그 망상귀신이 나오는 이유는 그 사람의 열변으로 리처드 새클러 내면의 경영 철학을 시청자한테 보여주기 위함임. 근데 중심 인물의 사고를 저렇게 작위적이고 오글거리게 망상귀신을 투입해서 열변을 토하는 걸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나 값싼 내러티브가 아닌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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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