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행성은 흥미로운 곳이지만 아바타는 흥미로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함

https://beegall.com/articles/23998
2023/09/22 13:38
조회수: 141

개인적으로 나는 아바타가 역대 제임스 카메론 작품 중 최악이라고 느낌 

카메론의 가장 큰 장기가 깊이있는 캐릭터 형성과 그에 맞물린 서사인데 아바타에는 그게 전혀 없음

그냥 판도라 행성이라는 특이한 곳의 견문을 체험하는 것만이 영화의 유일한 목적 같음. 서사도 캐릭터도 모두 그것을 위한 구색 맞춘 도구일 뿐임 

제이크 설리라는 인물은 단지 그 공간을 체험하는 대리인 캐릭터로서 도구적으로 사용됐을 뿐 그 인물에 애정을 갖게 할 만한 특별한 면모도, 공감대도 전혀 표현되지 않음. 그냥 내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빙의용 게임 캐릭터 같음. 주인공 캐릭터를 이렇게 게으르게 형성하려면 최소한 적당히 호감가는 인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제이크 설리는 심지어 호감형도 아님. 오히려 성품상 상당히 비호감이 되기 쉬운 캐릭터임. 그래도 지금까지는 바로 그런 캐릭터를 서사의 과정을 거쳐서 호감 가게 만드는 게 카메론의 주특기라서 믿음을 가지고 봤는데, 아바타에서는 그 부분을 완전 포기하다보니 그냥 비호감인 성격만으로 남아버림

악당들도 다 어찌나 평면적인지 다른 영화 악당들로 대체 돼도 모를 것 같고, 대사들도 badly written dialogue의 전형임. 90년대 티비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대사들임. 카메론이 80년대에 진짜 인디 영화처럼 집필했던 터미네이터1 대사도 저렇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황당한 부분임

저게 만약 실존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해서 그걸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였으면 무척 좋게 봤을 거임 ㅋㅋㅋ 다큐라면 그런 신기한 곳을 취재하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을 테니까 

근데 이건 픽션 영화고 이야기임. 소재인 판도라 행성이 신기하다고 해서 아바타라는 작품 자체가 재밌는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님

솔직히 저걸 영화라고 볼 수가 있을까 싶음. 그냥 신기한 화면을 보여주기 위한 데모 영상이라고 봐야 될 것 같음. 티비 매장에서 화질 보여주려고 디스플레이로 계속 나오고 있는 그런 화면. 좋게 봐도 놀이공원에 특수 효과 보여주려고 있는 포디 체험관 용 영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느낌

감독 본인도 애초에 그러려고 만든 영화인지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할 생각조차 없음. 섬세한 묘사로 보여줘야 될 설정들을 다 주인공이 나레이션 하는 걸로 떼워 버리고 서사 형성에 필요한 러닝타임을 다 현란한 특수효과 자랑에 써버림. 정말 게으른 전개란 생각이 들었음. 그 긴 러닝타임을 들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내가 주인공을 이 정도 밖에 모른다고? 이렇게 단순한 얘기 밖에 못한다고? 

특수효과의 기술력은 대단하지만 지금이 무슨 1940년대라서 상업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면 신기한 영상이나 화면을 볼 수 없는 시대도 아닌 이상 씨지나 화면 효과는 아무리 훌륭해도 적어도 픽션 영화에서는 스토리 구현의 도구인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 영화를 훌륭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함


code: [96208]
목록 Gift

댓글

code: [88fe2] - 2023/09/22 15:38

길이라도 짧았음 좀 나았을까...뭐 얘기가 없어 보이는데 쓸데없이 길기만 하니 남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 다 본 후에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나ㅋㅋ 그당시 영상미 극찬을 받았는데 재미가 없으니 그것도 눈에 안 들어옴..뭐 다 취향이 다르니까 내 취향은 아니구나 하고 넘어갔다

답글
permalink 삭제 gift
code: [21646] - 2023/09/22 22:00

내 영화 인생(?) 가장 큰 미스테리 중 하나가 아바타의 세계적인 흥행이었음... 대체 왜....? 싶은 내 마음 속 영화 1위

답글
permalink 삭제 gift
code: [af9fb] - 2023/09/23 21:06

동감한다

답글
permalink 삭제 gift
code: [a7b3a] - 2023/09/28 17:14

졸면서 봤닼ㅋㅋㅋ

답글
permalink 삭제 gift

목록
No 제목 날짜 조회수 추천수
23957 토니아 소티로풀루 그리스에서 찍은 Inti Missi 속옷 화보 [3]
09-06 184 3
23956 코멘트 기능 가이드 요약 번역 [5]
09-06 213 7
23955 막 태어난 애를 애 아빠가 안는 장면 보면 문득 [1] 09-06 231 5
23953 [DEVELOPER] Improve comments with Markdown [7]
09-06 274 5
23952 ㅃ 올나 하고싶당... [5]
09-05 191 4
23951 이제야 간신히 자정의 댓알림이 스티커라는 걸 기억하게 됐는데 [1] 09-05 171 2
23950 여성 권리 신장이 곧 친환경이라는 릴리 콜의 인터뷰 [3]
09-04 239 10
23949 스티커 유효기간 9월 23일까지야 [1]
09-04 147 2
23948 베니치아 영화제의 토니아 소티로풀루 [2]
09-04 159 3
23947 높은 곳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대형 전기펜스를 두르는 거야 [2] 09-02 132 1
23946 드라마 에스토니아 트레일러 [1]
09-02 182 9
23945 더 오피스 네비게이션을 너무 철저히 따랐을 때 [1]
09-01 146 4
23944 ㅃ 미국 국립공원 베이스 점프 금지령에 저항하려고 한 베이스 점퍼가 [2] 08-31 157 4
23943 영화랑 다르게 빈총도 머리에 대고 쏘면 죽을 수 있대 [5]
08-31 286 12
23942 레오 은근 성격 예민한 것 같지 않냐? [1]
08-31 152 3
23941 그녀(Her) 같은 AI 세상 한동안은 안 올 것 같음
08-30 164 4
23940 더 너스 실존인물 고작 12년형 나왔네 [3]
08-28 294 5
23939 ㅃ 국가별 일일 출생아수를 시각화한 영상 [1] 08-28 154 2
23938 Pumped Up Kicks는 Badass 같은 시크함 그 자체야 
08-27 122 3
23937 미임파6은 전작들 기억 안 나면 이해가 어려운듯 [1] 08-27 14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