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오오쿠 애니메이션 정말 기대 이상의 명작이었음

https://beegall.com/articles/23763
2023/07/07 02:10
조회수: 1163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줄거리를 기대했었음. 그리고 그 기대는 분명히 만족됐음

그런데 뜻밖에 그 이상의 무언가도 얻게 됐음 

우선 1화는 액자 밖 이야기라 논외로 하고 2화부터의 얘기를 하자면, 이 작품에서 가장 놀랍고 잊을 수 없었던 부분은 심금을 울리는 깊이 있는 로맨티시즘과 그것을 표현하는 수준 높은 연출이었음 

나는 이 작품이 이렇게 뭉클한 감정까지 자아내는 작품일 줄은 시작하기 전에는 꿈에도 몰랐음 

먼저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오오쿠의 캐릭터들은 표면적인 요소만 놓고 봤을 때는 단지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음. 그런데 그 캐릭터 구현을 정말 깊이 있게, 시간을 들여 입체적으로 했기 때문에, 보다보면 깊은 애정이 감. 특히 아리코토라는 캐릭터는 천하의 중생을 다 가여이 여기는,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온화한 고결함을 가진 사람임. 그런 캐릭터는 자칫 잘못 표현하면 틀에 박힌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기 쉬움.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게나 난이도 있는 캐릭터를 엄청난 깊이를 두고 살아있는, 공감가는 인물로 구현함.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아리코토라는 인물을 따라서 긴 세월을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듦. 앞으로도 아리코토라는 남자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음

또 오랜 시간을 두고 깊어지고 변화하는 두 사람의 감정선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음. 스토리의 빌드업과 연출이 굉장히 성숙하고 감정적 깊이가 있음. 애니 버전을 보고 나서 2023 실사판도 한 번 봤는데, 실사판은 딱 중요한 줄거리만 얘기하는 식으로 전개한다고 느꼈음. 그러니 같은 얘기를 해도 그 모든 게 훨씬 의미가 없게 느껴짐. 그런데 애니 판에서는 바로 그 순간, 그런 표정과 그런 목소리로 그런 얘기를 했던 두 사람이라는 빌드업이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사건이 의미있게 느껴지는 거임

그리고 로맨티시즘의 표현이 상당히 감각적이고 감성적이었음. Sensual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연출임. 큰 줄거리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그런 잊을 수 없는 감성적인 순간들이 있어서 이 작품이 계속 가슴에 남을 것 같음 

 

그리고 작화 얘기도 하고 싶은데, 작화는 사실 굉장히 정적인 편임. 약간 움직이는 만화책 느낌이 듦. 그렇지만 그림체 자체는 상당히 아름답고 서정적임. 특히나 인물 얼굴이 참 마음에 들었음. 또 아무래도 에도성이라는 공간이 폐쇄적인데다 실내에서 좌식 생활을 하다보니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걸 애니메이션에서는 좀 더 널찍하고 운치있게 표현해서 흔히 일본 막부물을 볼 때 느껴지는 '방구석에 틀어박힌 느낌'이 확실히 덜함 ㅋㅋㅋ 그래서 심미성도 상당히 높다고 느낌. 에도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영상미 있게 즐기고 싶다면 오오쿠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음 

 

또 한 가지를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은데, 오오쿠는 성별이 반전된 사회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남성 후궁이 여성 쇼군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표현되었는가가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함 

이 버전에서는 이제 막 여성이 처음 쇼군의 지위에 오르기 시작한 시대를 다루고 있음에도, 남자 주인공 아리코토가 여성 군주와 연모하는 사이가 된 후에도 결코 상대방을 하대하거나 얕잡아보는 듯한 느낌이 없었음.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거나 직간하는 순간에도 정말 간곡한 마음으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서 간하는 것이라고 느껴졌지, 감히 어린 여자라고 낮추어보고 가르치려고 든다는 느낌은 조금도 받지 못했음. 이 점은 아리코토가 언제나 삼가는 겸손한 인물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일관성이 있는 연출이기도 함. 같은 장면을 실사판에서도 봤는데, 실사화에서는 좀 여성 군주를 군주로 안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음. 그건 아무래도 일드에서는 '로맨틱한 남주란 여주를 확 휘어잡는 남자'라는 무의식의 공식이 아직 있고 연출도 배우도 거기에 따라서 표현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듦

 

오오쿠라는 작품의 구성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이러함 

오오쿠는 실제 막부 역사에 바탕을 둔 작품이고, 실제 역사 기록에서는 당연히 쇼군은 남성이고 오오쿠 내의 후궁들은 여성이었음. 이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둔 오오쿠 드라마도 있었음 

그런데 그 이후에 요시나가 후미라는 만화가가 성별 반전 버전으로 그 시대의 역사를 만화화 했음.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들은 다 여성이 쇼군이고 남성이 오오쿠 내의 후궁인 설정을 따르고 있음. 실제 쇼군의 기록을 여성 캐릭터로 차용하고, 실제 오오쿠 후궁의 기록을 남성 캐릭터로 차용한 거임. 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도 그 설정을 따르고 있음. 극중 적면포창이라는 젊은 남성들만 걸리는 전염병이 유행해서 남성 인구가 급감하면서, 여성이 쇼군의 지위에 오르고 남성이 후궁이 되게 됐지만 기록만은 위조해서 여전히 남성이 쇼군이고 여성이 후궁인 것처럼 썼다는 설정임

원작 만화책 오오쿠는 여러 쇼군의 치세를 다루고 있어서 각 쇼군의 치세가 일종의 에피소드 형식인데, 그래서 드라마화 할때는 그 중 일부를 골라서 드라마화 하는 것 같음. 원작은 총 10개 정도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 걸로 보임

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버전은 원작에서 가장 초반에 등장하는 8대 쇼군, 그리고 3대 쇼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 

1화가 8대 쇼군의 이야기고, 2화부터 10화까지는 전부 3대 쇼군 이야기임. 3대 쇼군이 최초의 여성 쇼군이고, 그 치세가 바로 위에서 얘기한 아리코토라는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시대임. 1화인 8대 쇼군 시기는 액자 바깥이고, 그 시대의 쇼군이 열람한 기록 속의 이야기인 2화부터 10화까지 3대 쇼군 시기는 액자 속  줄거리의 형식을 띠고 있음. 나는 개인적으로 액자 속의 이야기가 더 메인 줄거리라고 생각함. 아무튼 그래서 이 구성을 모르고 봤을 때는 2화부터 시대도 주인공도 바뀌어서 다소 당황스러웠음 ㅋㅋㅋ 이제 막 정들었는데... ㅋㅋㅋㅋ 그런데 보고 나니 그 액자 안의 이야기가 더 좋고 심금을 울리더라 

그런데 다소 아쉬운 점이, 10화가 끝날때 그 3대 쇼군기 이야기도 제대로 마무리가 되긴 하는데, 문제는 그와 동시에 그냥 아무 닫는 구성도 없이 없이 틱 하고 끝남 ㅋㅋㅋㅋㅋ 액자를 열었으면 다시 닫아야 될거 아니야 ㅋㅋㅋ 근데 액자 안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냥 틱 끝남. 물론 내부 줄거리 자체는 완벽한 엔딩으로 잘 끝남. 더이상 뭐가 필요 없음. 근데 작품 전체로 봤을 때는 액자를 열었는데 닫는 구성이 없다는 게, 액자 밖의 인물한테 작별할 시간이 없는 기분이라 당황스러움 ㅋㅋㅋ 

이 아쉬움이 가시려면 시즌 2가 나와서 다른 시대의 이야기도 계속 나와야지 안 그러면 너무나 뚝 끊기는 구성이 될 것 같음. 사실 무슨 핑계를 대서든 시즌 2가 꼭 나왔으면 좋겠는 마음임. 원작에서는 더 많은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이 버전에서는 두 시대 밖에 다루지 않아서 안타까움. 이 작품의 연출력과 감정선으로 다룬 다른 시대의 에피소드도 보고 싶음. 실사화 버전에서 다른 시대를 다룬 바가 있긴 하지만 그 실사화의 캐릭터 구성과 연출은 내가 바라는 느낌이 아니었음... 꼭 이 버전으로 다룬 다른 에피를 보고 싶음. 넷플 어떻게든 안될까요 

 

아, 이렇게 다 봤다는 게 아쉽다... 어디 또 이렇게 좋은 작품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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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1681e] - 2023/09/15 14:44

정말 예상외로 훌륭한 작품이었고 오랜만에 눈물이 날만큼 몰입했던 드라마였음 한번 보고 말 작품은 절대 아니라서 곧 다시 봐야 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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