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영화 보면 일단 살아야 좋은 날이 온다고 하는데
나쁜 날도 일단 살아야 옴
솔직히 논/세미 픽션 전쟁영화에서도 '아 아까 망설일 때 죽었으면 지금 저 끔찍한 일 안 겪었을 텐데...' 이런 생각 들 때가 너무 많음. 본인도 '아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이런 표정이고
그게 그냥 웬만한 고통이면 모르겠는데 너무 처절하게 인간 존엄성이 말살되는 고통이잖아
그렇게 고통 받으면서 몇년 버티다 결국 종전이 된다 해도 그때까지 받은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 누군가는 그 고통을 미리 피하고 싶을 수도 있는 거지
주위 사람들이야 좋은 뜻에서 살아서 버티면 좋은 날이 온다고 위로하는 걸 테지만, 솔직히 그 사람이 죽어버리면 자기가 혼자 남겨져서 더 절망하게 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음
그래서 희망이라는 게 꼭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니고 유해할 때도 있다고 봄. 왜 모든 악이 모여있는 판도라의 상자에 희망이 들어있었는지 알 것 같음. 실제로 나치도 안 죽일 것처럼 계속 희망을 줘서 유태인 노동력을 더욱 손쉽게 착취함
댓글
그 레딧괴담 생각난다 온갖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힘들고 추악한 일들을 겪은 여자가 곁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고, 버티면 천국이 올 거라고 속삭이는 천사 때문에 꾸역꾸역 살아왔는데 그냥 죽고 나면 아무것도 없고, 그 천사가 사실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악마였던 거... '희망고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
와 ㄹㅇ 그리고 감옥에서 죽어도 복종하지 않던 사형수에게 목사가 사형대에서 탈옥 시켜줄 것처럼 속여서 기꺼이 자기 발로 걸어 올라가게 한 다음, 대체 어떻게 한 거냐는 다른 사람들의 물음에
하던 괴담도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