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드라마는 제목도 만용이었다고 생각함
저렇게 떡하니 그 소재 이름을 제목으로 쓰면 그 소재를 대표하는 포괄적 대작 같은 느낌을 주잖아. 특히나 저렇게 실제로 일어났던 대참사를 가지고 저런 제목을 붙이는 건 포괄성과 퀄리티에 대한 자신이 없는 이상 실제 사건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함. 타이타닉을 다룬 작품은 엄청 많지만 그중에서 제목이 딱 '타이타닉'인 작품은 극소수고 그 중 하나는 바로 그 작품인 데는 저런 이유도 있다고 생각함
그리고 카메론의 타이타닉 이후로는 저렇게 배 이름만 딱 제목으로 해상 사고를 다루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자동으로 타이타닉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가 무의식 중에 높아져서 자기들한테도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함
에스토니아 드라마는 배 위의 장면은 플래쉬백으로 고작 몇 분 정도나 나올까 말까 하고 시작 시점도 사고 이후인 데다, 드라마 내내 수십 명의 스쳐 지나가는 목격자와 조사원들의 증언과 개인사나 보여주면서 카메라 미친듯이 흔들다가 기승전결도 없이 끝나 버리는데 여기에 제목을 떡하니 '에스토니아'로 붙인다고? 이게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다 하느라 흥미의 요소를 다 빼서 재미가 없어진 작품이면 제목을 그렇게 붙여도 됨.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퀄리티가 낮음. 망작 수준임. 게다가 무슨 저예산 독립작품이라 감독이 뭣 모르고 그렇게 작명한 것도 아니고, 이 드라마는 MTV에서 제작해서 핀란드 역대 최고예산작인 데다 감독은 체르노빌 B팀 감독임. 체르노빌은 진짜 그렇게 작명할 만한 작품 맞았음. 그런데 에스토니아는 아님. 퀄리티가 이 지경이면서 뭘 믿고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고, 심지어 그게 제작진 의도는 아니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일종의 모독이 돼버린 것 같음. 저게 먼 나라가 아니라 내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작품을 저 따위로 만들어 놓고 제목을 저렇게 지었다고 생각해봐. 한심한 정도를 넘어서 모욕감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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