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품 보다보면 왜 정신과 과잉진단 얘기 나오는지 알겠음

https://beegall.com/articles/23206
2023/02/12 15:47
조회수: 786

-실제 거주 경험이 아닌 미디어에 묘사되는 패턴을 얘기하는 글입니다-

환자 본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 그럴 때는 정신과가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함. 그런데 환자 본인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치료를 원치 않는 설정일 때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 

대개 정신과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는 기준은 어떤 상태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가 아닌가에 달린 것 같던데, 이게 언뜻 들으면 아주 타당한 기준처럼 보이지만, 반면에 종종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일상 생활이 완전히 생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환자가 원치 않는 치료를 강권하는 장면도 보게 됨 (이 경우 환자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억지로 진단을 받게 한 게 대부분)

근데 저런 장면을 볼 때마다 진지하게 궁금한 점이, 만약 일상 생활에 요구되는 정동 기준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면 사람으로서 그걸 만족시키는 게 당연히 어려울만 한 거잖아?ㅋㅋㅋ 예를 들어서 가족이 자살해서 슬픔 때문에 직장에서 어둡게 행동하는 건데 그걸 빨리 약 먹고 밝아져서 활발하게 사회생활해야 된다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도 강요하고 의사도 약부터 처방하려고 하는 경우. 난 저거 보고 진짜 다들 제정신인가 싶었음 ㅋㅋㅋㅋㅋ

약을 꼭 어디가 잘못된 사람한테만 처방하는 게 아니란 건 알지만 모든 정신과 약은 부작용도 있고 그 환자한테 들을지도 시험해봐야 아는 거라 위험성이 있는데 그걸 저렇게 처방한다고? 

이러다가 세상에 모든 부정적이거나 비생산적인 생각을 싸그리 없애버릴 수 있는 약물이 나오면 그걸 먹고 가장 생산적으로 행동하는 게 표준이 돼버릴 것 같음. 예를 들어서 미래에 미친 인플레와 동결된 임금 때문에 99%의 인류가 하루 20시간은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해봐. 그럼 말만 들어도 지옥 같고 20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우울한 게 당연한 거잖아? 근데 거기다 대고 '어쨌거나 이 시대에 먹고 살려면 20시간을 일해야 되는 게 현실이니까 그 현실 기능에 지장을 주는 불편함, 의욕 없음, 분노 이런 건 다 약을 먹고라도 없애서 20시간 일하고 먹고 살아야지. 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둘 거야?' 이렇게 말하는 게 진단의 일반적인 내러티브가 돼버린다면, 결국에는 힘 있는 사람들이 생산적이라고 규정하는 방식을 벗어난 행동과 사상은 전부 다 대형 제약사의 약물로 척결해야 될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는 거 아니냐고. 물론 이건 미국 의학계 전반의 과잉 '처방'과도 연결된 걸로 보임. 

나는 정신의학을 반대하는 입장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빨리 정신의학이 더 진보돼서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음. 그런데 미국 미디어 속에 묘사되는 저런 내러티브는 동의하기 어렵고, 일부 자국 시청자들이 보면서 본인 경험이랑 똑같다고 분노하는 거 들어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감. 정신의학 무용론도 문제가 크지만 정신의학 만능론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함. 정신의학도 다른 모든 의학과 마찬가지로 그 사회가 가진 전반적인 문제점이랑 맞물려서 나름의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정신의학계가 확장된 것에 비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는 아직도 'They don't know what they are talking about' 같은 말만 듣고, 주변인은 무조건 약부터 먹어야 된다고 강권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됨. 근데 그런 장면이 비판의 대상으로 나올 때는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지만, 작품 속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묘사될 때는 내러티브 방향에 동의하기가 힘듦. 결국 타인한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아도 치료를 강권하거나 강제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고질적인 과잉처방의 패턴이 근원적인 문제 같은데, 저게 바뀔 것 같지가 않아서 저런 장면 보면 가슴이 갑갑함.

내 일은 아니지만 그냥 주인공이 너무 안 됐음. 특히 직계 가족 사망은 선사시대에도 몇 달은 애도하게 해줬을 것 같은데 이 시대에는 그것도 약 먹고 빨리 해결해야 될 사치가 돼버렸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픔. 슬퍼하지도 못함? 인간은 생산력에 동기부여가 되는 감정은 약을 먹여서라도 불러일으키고 생산력을 깎아먹는 감정은 다 약으로 죽이는 고기능 로봇이 돼야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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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a1bc8] - 2023/02/14 10:21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기 위해 노동자들이 일을 해야 해서 그런거 같음. 미국 보면 하나의 큰 기업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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