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시리즈는 인생과 세상의 축소판이다
스포주의
다들 이유조차 모르는 채로 잡혀 들어와서 탈출할 길도 없이 정해진 길을 따라 분투해야 됨
게임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건 불가능함. 멈춰서는 대가는 너무나 처참한 고문이고 죽음이기 때문에... 그래서 대다수가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될 걸 알면서도 그저 부디 나는 아니길 바라며, 단 몇 시간이라도, 몇 분이라도 그 결말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미뤄보려고 처참하게 발버둥을 치게 됨. 더 큰 고문을 피하기 위해서 덜 큰 고문을 선택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거임. 그런데 참 부당하게도 이게 꼭 노력에 달린 것도 아니라서 덜 큰 고통과 희망고문까지 겪은 뒤 더 큰 고통의 결말까지 맞게 되는 게 대부분임 ㅋㅋㅋㅋ
저 모든 사람들이 저렇게 고통받는 이유는? 저 사람들은 자원해서 큐브에 들어온 게 아님. 자기가 선택해서 큐브에 들어온 사람은 잠입한 사람 말고는 하나도 없었음. 나머지는 다 의식이 없을 때 납치돼서 들어온 거임. 결국 저 모든 사람들이 이 안에서 이렇게 고통받는 이유는 어떤 타인들이 저 사람들을 이 큐브 안으로 데려오고 싶어했고, 큐브 안에서 그 사람들이 부리는 분투의 재롱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했기 때문임. 다시 말해 고통에 동의한 주체와 고통받는 주체가 따로 있는 거지
저 동의한 적 없는 봉변 속에서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봤자 원하는 대로 탈출할 수 있는 건 운이 좋아야 한 명 정도임. 심지어 이번에 들어온 사람들이 고통을 다 겪어내고 죽으면 그걸로 끝이냐 하면 그것도 아님. 차라리 그러면 좋겠음 ㅋㅋㅋ 그런데 큐브의 운영 주체는 계속 새로운 인간들의 유입을 향유하고 싶어함 ㅋㅋㅋ 그래서 이번 게임에서 누군가 괴로움 끝에 탈출을 한다 해도 바로 또 다음 인간들이 납치돼 들어와서 저 고통의 사이클을 무한히 반복함
난 이게 인생이랑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본인이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단 하나도 없음. 종교라는 이름의 망상을 제외하고 사실로만 따지면 이 세상 모든 인간이 태어난 이유는 오직 '부모가 낳아서'임 ㅋㅋㅋㅋ 그래서 하이데거는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다'라고 했는데, 그렇게 동의 없이 투사된 객체인 인간들은 부당하게도 고통을 겪는데 있어서는 주체가 되어야 함. 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 태어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든 삶의 모든 역경을 겪어내고 안식을 맞는다 해도 그 후 새로 태어난 인간들이 도돌이표로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고, 그 새 사람들이 그 고비를 넘어도 다음에 태어나는 인간들이 또 그 고통을 겪을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의 존재를 향유하고자 했던 타인의 욕구로 인해 자신으로서는 동의한 적 없는 고통이 무한한 사이클로 반복되며 지워지고, 그걸 피하려고 했다가는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위협의 채찍질에 가시밭길 위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삶과 큐브의 공통점임.
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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